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출간한다는 SK STORY 행복PEOPLE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사진은 좀 굴욕-_-이지만 한번쯤 읽어보시길 ^^
[행복 PEOPLE] 자신의 속도로 살아라 - 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
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출간한다는 SK STORY 행복PEOPLE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사진은 좀 굴욕-_-이지만 한번쯤 읽어보시길 ^^
[행복 PEOPLE] 자신의 속도로 살아라 - 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
엠넷에서 새롭게 기획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사자인 언더그라운드 래퍼 화나를 통해 직접 확인한 사실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쇼미더머니 측에서 연락을 해와 화나에게 ‘우리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캐릭터이니, 신인 래퍼로 출연해 달라’는 제의를 한 것. 화나는 거절을 했고 쇼미더머니 측은 ‘일단 와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고 했으나 화나는 이 역시 거절했다고 한다. 또한 다른 래퍼도 이와 비슷한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힙합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서는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힙합의 현재를 이끌어가는 여러 힙합 뮤지션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쇼미더머니의 처사를 비판했고 많은 힙합 리스너 역시 이에 동조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란 조심스럽다. 또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에게 연락을 취해보았으나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상태인 것도 맞다. 그러나 이를 모두 감안한다 해도 쇼미더머니의 처사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에 따라 힙합 씬의 이러한 반응이 ‘과민’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반응의 본질은 ‘정당’해보이기 때문이다.
‘출연 제의’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화나가 한국힙합 씬에서 활동한 지 10여 년이나 된 래퍼라는 사실에 있다. 숫자만 가지고 ‘짬밥’을 우기는 게 아니다. 화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 뿐 아니라 다른 장르 씬을 통틀어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평할만한 힙합 레이블 소울 컴퍼니의 멤버로서 그간 활약해왔고, 전문가들과 리스너에게 그 음악성을 높이 인정받는 음반을 여러 장 발표했으며, 홍대 클럽 씬을 통해 자신의 독자적인 기획공연을 꾸준히 개최하는 등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해왔다. 즉 ‘실체적 존재감’과 ‘음악적 무게감’을 부인할 수 없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이라는 말이다.
구조와 형태가 다를 것으로 보이는 탑밴드2와의 직접비교는 접어두자.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의 부정적 요소나 '거리의 문화인 힙합을 어떻게 오디션과 접목시키나‘같은 의문도 여기서는 일단 넣어두자.
문제의 본질은 ‘존중’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쇼미더머니 제작진에게는 한국힙합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보인다. 물론 존중이란 것은 요구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 일과 관련해 한국힙합이 그간 쌓아온 ‘실력’과 ‘세’의 미비함을 더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의견 역시 다각도의 여러 가지 근거로 반박이 가능하겠지만) 제3자가 이러한 생각을 개진할 수는 있을지언정 ‘힙합’과 ‘랩’을 프로그램의 주제이자 본질로 삼아 기획한 쇼미더머니 제작진에게는 한국힙합에 대한 존중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었어야 했다.
존중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기본을 아는 일이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거나 책 한 권을 읽고 숙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일이다. 힙합 씬에서 10여 년간 유의미한 활동을 해온 화나를 몰랐다면 ‘최소한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만큼’의 사전조사가 부족했던 것이다. 멘토 형식으로 출연이 예상되는 ‘전국구 인지도’의 힙합 뮤지션들이 한국힙합의 전부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성과는 존중 받아야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 역시 한국힙합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제작진의 기준에서) 유명한 뮤지션은 멘토로 출연하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은 신인 래퍼로 오디션을 보는 형식이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알았음에도 ‘신인 래퍼’로서 출연을 제의했다면 그것은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이야기는 ‘힙합’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확장된다.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쇼미더머니 제작진은 언더그라운드를 뮤지션이 뜨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공간, 혹은 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잘못 인식하고 자신들의 제의가 화나에게 솔깃하리라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캐릭터’라는 명분으로 10여년 차 래퍼에게 ‘신인래퍼’로서의 출연을 제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내야할 ‘드라마’ 앞에 정작 있어야할 존중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언더그라운드는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외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자기 본위의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공간이다.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는 단순한 선악 개념이나 우열관계로 구분할 수 없지만 자본과 간섭에서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오버그라운드 음악의 대안적인 존재로, 또는 다양성에 기여하는 존재로 활약해왔다. 그중에서도 ‘한국힙합’은 어떠한 장르보다 훌륭하게 자생해온 역사를 지닌 장르음악이자 서브컬쳐다.
작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음반’을 수상한 힙합 듀오 가리온은 “이 상은 우리 가리온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장르음악을 묵묵히 추구하는 모든 뮤지션에게 주는 상”이라며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가리온다운 말이었고 가리온에게 기대할 수 있는 말이었으며 가리온이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대중이 가진 기호와 자신의 그것이 우연하게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또 메이저 매체에서 요구하는 음악내외적인 것들을 자존감에 상처 입지 않고 수행할 성향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언더그라운드를 선택했고, 또 자의에 의해 언더그라운드에 남아 있는 뮤지션들을 오해하고 존중하지 않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쇼미더머니에 부탁한다. “SHOW US YOUR RE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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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엠넷 쇼미더머니 사태 관련해 힙합엘이에 기고한 글입니다.
Noise Mob
[M.O.B](2012)
80/100
유닛을 결성하려면 이렇게
라임어택과 마이노스가 한국힙합에 본격적으로 등장한지도 벌써 10여 년이나 흘렀다. 평론가와 뮤지션 관계이기에 사적 친분을 그다지 쌓아오지는 않았지만 동년배인 이들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곧 나의 지난날을 마주하며 묘한 감정이 든다. 나 역시 이들이 처음 등장한 비슷한 시기에 본격적으로 힙합과 관련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라임어택이 ‘90년대 황금기 힙합’에 정체성을 두고 그 기술과 정서를 자기 방식대로 실현해왔다면 마이노스는 상대를 바꿔가며 다양한 콜라보 앨범을 주로 발표해왔다. 소울 컴퍼니라는 공통분모가 있기도 한 이들이 그룹을 결성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이들의 ‘클래스’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와 차별화되는 얼마나 신선한 것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뚜렷한 공동지향 없이 경우의 수 따지듯 돌아가며 결성하는 프로젝트 유닛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이즈맙의 이번 앨범은 화학적 결합의 산물이라는 느낌적 느낌에 의한 판단적 판단을 하게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앨범을 들은 후 그간과는 구별되는 노이즈맙의 ‘브랜드’가 떠오른다는 것은 이들의 의기투합이 고민 없는 야합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1) 가사쓰기와 라임 배열은 물론 곡을 어떻게 구성하고 채워 넣을 것인지에 대해 이미 숙련된 두 래퍼가 2) 어디까지나 ‘힙-팝’이 아닌 ‘힙합’에 무게중심을 두고 3) 유닛에 캐릭터와 콘셉트를 채워 넣을 때 나올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이다.
대부분의 곡 제목을 ‘MOB'와 엮어 지은 것이 음악외적인 브랜딩이라면, 사운드의 범위가 넓은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힙합 고유의 질감과 쾌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노이즈맙의 음악적인 브랜딩이다. 덥스텝을 시도했다거나 하는 개별적 사실보다는, 다른 곡들은 물론 ‘Mob's Like Jager’같은 곡에서도 대중가요를 의식한 나머지 장르의 선을 넘어버린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이 앨범은 힙합 고유의 것이거나, 혹은 다른 장르보다는 힙합의 특성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다양하게 전시한다. 주고받는 콤비네이션보다는 각자의 완성된 벌스에 보다 치중하는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OMG'는 앨범 속 가장 뜨거운 ‘스킬의 경연장’이고, ‘Go Mobday’는 마치 나스(Nas)의 ‘The Cross'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존재감과 책임감을 때로는 숭고하리만큼 진중하게 드러내는 래퍼 특유의 자의식이 스며 있는 곡이다.
그런가 하면 ‘Mobelous’는 본토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오는 랩과 코믹스의 유착(?) 관계를 재현한다. 스눕 독(Snoop Dogg)의 ‘Batman & Robin’은 물론, 스파이더맨 주제가에서 멜로디를 빌려온 팀버랜드(Timbaland) & 마구(Magoo)의 ‘Here We Come’, 각종 코믹스 캐릭터를 활용한 능청스러운 가사가 돋보이는 50센트(50Cent)의 ‘Stretch’ 등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곡은 라임어택의 솔로 앨범 [Hommage]에서 접할 수 있었던 본토의 몇몇 클래식 트랙의 콘셉트를 응용한 곡들의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이즈맙의 차별화되는 브랜드는 ‘MOB 맘이야’와 ‘쿨피스’를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쥬라식 5(Jurassic 5)의 ‘What's Golden’이 반사적으로 연상되는 ‘MOB 맘이야’는 다채롭게 변주하는 펑키 사운드와 힙합의 중요한(?) 태도 중 하나인 ‘I Don't Give A Fuck!' 마인드, 그리고 가벼운 멜로디가 가미된 브릿지가 결합한 곡으로서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힙합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쿨피스’ 역시 마찬가진데, 일상에서 포착해낸 유머러스함을 펑키 사운드에 녹여낸 이 곡을 들으면서 나는 바비큐에 관한 최초이자 마지막 랩곡일 것이 거의 확실한 피플 언더 더 스테어스(People Under The Stairs)의 ‘Anotha'(BBQ)’가 떠올랐다(참고로 이 곡의 후렴은 ‘니가 고기를 가져오면 나는 맥주를 가져오지/ 오 이런, 바비큐가 또 튀겨져 왔네’다). 다시 말해 피플 언더 더 스테어스나 어글리 더클링(Ugly Duckling)같은 그룹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MOB 맘이야’와 ‘쿨피스’의 일상성, 흥겨움, 유머러스함 등의 정서야말로 한국힙합에서 현재의 노이즈맙이 지닌 가장 차별화되는 브랜드가 아닐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역시 지속 가능 여부다.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노이즈맙의 미래를 지켜봄직하다. 노이즈맙의 다음 앨범이 나올 때까지 일단 노이즈의 앨범을 듣고 있기로 한다.